일상 속 한복, 왜 다시 입게 되었을까?– 잊혀졌던 일상복, 전통을 입은 K-패션의 귀환
“한복은 명절이나 결혼식 때 입는 옷 아닌가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요즘 SNS에는 '한복 출근룩', '한복 데일리룩'이라는 해시태그가 넘쳐납니다. ‘한복을 다시 입는 시대’가 오고 있는 것입니다. 과연 왜, 어떻게 한복이 다시 우리 일상에 스며들게 된 걸까요?
한복은 원래 ‘일상복’이었다
우리는 종종 ‘한복은 불편하다’, ‘특별한 날에만 입는다’고 생각하지만, 원래 조선 시대 사람들은 매일 한복을 입고 살았습니다. 저고리, 바지, 치마, 두루마기는 당연한 생활복이었습니다. 단지 서구식 복식 문화가 들어오면서 우리의 일상에서 멀어졌을 뿐입니다. 일제강점기 이후 서양식 제복과 근대화된 옷차림이 강제되며 한복은 점점 ‘과거의 옷’으로 밀려났습니다. 그리고 현대에 들어서는< 예복(儀服) 혹은 행사복>이라는 이미지로만 남게 되었죠.
MZ세대가 다시 한복을 입기 시작했다
한복을 다시 일상에서 입기 시작한 중심에는 다름 아닌 'MZ세대'가 있습니다. 201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전통의 재발견’ 트렌드는 한복을 새롭게 조명하게 만들었습니다. 고궁 무료입장 이벤트(한복 착용 시 경복궁, 창덕궁 무료 입장)는 젊은이들이 ‘입고 싶은 한복’을 찾게 된 계기가 되었고, 이는 디자인 혁신으로 이어졌습니다. 이제의 한복은 전통의 색채를 지키면서도 실루엣은 훨씬 간결하고 기능적입니다. 허리끈을 줄이고, 지퍼나 단추를 넣거나, 원피스형으로 개량해 ‘입기 쉬운 한복’이 되었죠. 이러한 변화는 '불편해서 안 입는다'는 고정관념을 무너뜨렸습니다.
한복이 다시 뜨는 이유 3가지
① 전통문화에 대한 새로운 자부심 BTS의 뮤직비디오에서 멤버들이 입은 한복 스타일은 전 세계 팬들에게 큰 인상을 남겼습니다. 블랙핑크, 세븐틴, 에스파 등도 무대 의상에 한복을 자주 활용하며 ‘한복=멋짐’이라는 인식을 강화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연예계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라, 한국 사람들에게도 ‘우리 것이 멋있다’는 자존감 회복의 계기로 작용했습니다.
② 느린 옷(Slow Fashion)의 가치 확산 패스트패션에 대한 비판과 윤리적 소비의 확산은, ‘오래 입을 수 있는 옷’, ‘의미가 있는 옷’을 찾게 만들었습니다. 전통의 아름다움을 담은 한복은 이런 흐름과 잘 맞습니다. 특히 천연 염색, 한지 원단 등을 사용하는 브랜드들은 '지속가능성과 전통성'을 동시에 만족시킵니다.
③ 콘텐츠 기반 문화 소비 확산 한복을 입고 고궁에서 사진을 찍는 것은 더 이상 관광객만의 경험이 아닙니다.
‘한복 데이트’, ‘한복 인스타그램 사진’이 MZ세대의 문화 소비가 된 것이죠. 한복은 단순한 의복을 넘어서 ‘경험’이 되었고, 이 경험은 콘텐츠가 되어 공유됩니다.
현대 한복 브랜드
리슬(Leesle), 혜윰, 고름, 더한복, 단하나 등이 유명합니다. 온라인몰에서도 쉽게 구매하거나 대여할 수 있어 접근성도 높아졌습니다.
한복, 패션을 넘은 ‘정체성의 언어’
오늘날 한복은 단지 예쁜 옷이 아닙니다. "자신의 정체성과 문화를 표현하는 언어"입니다. 누군가는 고궁 앞에서, 누군가는 결혼식장에서, 또 누군가는 출근길에서 그 언어를 말하고 있습니다. 한복을 다시 입는 것은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뿌리를 품고, 오늘을 살아가는 방법입니다.